[리그 오브 레전드]
134번째 챔피언
강철의 그림자
카밀
"정교함이 없다면 망나니일 뿐."
페로스 가문은 희생이 무엇인지를 안다.
페로스 가는 슈리마 지역에 분포하는 브래컨이라는 생명체로부터 채취한 희귀한 수정을 통해 부를 쌓았다. '태초의 수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법 수정은 보통은 마법 능력을 타고난 이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카밀의 고모할머니가 이 생물체를 찾기 위해 가문 초기의 모험 도중 팔 하나를 잃자, 페로스 가에서는 이 같은 희생을 기려 가훈을 만들었다. "가문을 위해 내 한 몸 바치리."
브래컨은 유한한 자원이었고, 페로스 가는 그간 축적한 수정의 수를 늘려야만 했다. 그들은 화학공학과 룬 연금술에 어둠의 투자를 함으로써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조달하기 쉬운 합성 마법 수정을 개발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자운의 하늘이 '잿빛 대기'라고 불릴 정도로 스모그로 가득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합성 수정의 생산 때문이라는 소문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또한 페로스 가는 값비싼 자원인 합성 수정을 독점하고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스파이, 협박, 살해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그리고 이렇게 필트오버의 유명한 블루윈드 궁에서도 가문의 지위를 지킬 수 있었다.
페로스 가의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카밀은 온갖 교육의 혜택을 누렸다. 뛰어난 선생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외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 수준으로 첼로비나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대 슈리마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웠으며, 아버지를 도와 오딘 계곡에서 유물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전통적으로 자녀 중 나이가 더 어린 쪽이 최고 정보 요원이 된 후 가주와 협력하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가문의 성공을 확보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카밀의 남동생인 스테반은 약한 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카밀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 스테반은 질투에 찬 눈초리로 누나가 훈련받는 장면을 지켜보았고, 그녀는 전투와 정찰, 그리고 심문에 능하게 되었다.
카밀이 25세가 되었을 무렵, 기계로 무장한 자운의 폭력배들이 기업 비밀을 캐내기 위해 그녀와 아버지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밀의 아버지는 결국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고, 어머니 또한 괴로움에 시달리다 곧 죽음을 맞이했다.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스테반은 인간 마법공학 증강체 연구에 더욱 힘을 쏟아 지도자로서 자신의 힘을 입증하고자 했다.
1년의 애도 기간이 끝나자 스테반은 가문의 최고 기능장으로 슈리마의 해변 도시 벨준 출신의 젊고 전도유망한 수정학자 하킴 나데리를 선정하고 그의 취임식을 감독했다.
카밀은 하킴에게 자신을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법공학 증강체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카밀을 만난 그 순간 하킴은 그녀에게 매료되었고, 둘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슈리마에 대해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결국 카밀도 하킴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대해 점점 더 신중함을 잃어갔다. 수술을 하면 그들의 관계가 끝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킴은 페로스 가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고, 카밀은 최고 정보 요원으로서의 의무에 다시 충실히 임해야 할 것이었다. 하킴이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한 것은 카밀의 심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그녀의 인간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수술을 며칠 앞두고 하킴은 카밀에게 청혼하면서 수술 대신 함께 도망가자고 애원했다. 난생처음으로 카밀의 마음은 갈등에 빠졌다.
스테반은 그러한 갈등을 겪지 않았다.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카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카밀이 비밀 청혼을 받았단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계략을 세웠다. 카밀과 하킴이 같이 있을 때 자신이 마치 적에게 공격당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카밀은 동생이 피를 흘리며 다친 모습을 보자 자신의 주의가 흐트러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하킴은 카밀에게 애원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에겐 가문이 더 소중했다. 결국 카밀은 하킴과의 관계를 끝내고 수술을 진행해 달라고 했다.
수술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건 하킴뿐이었다. 그는 결국 카밀의 심장을 도려내고 마법공학 부품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사임했다. 카밀이 깨어났을 때 그녀와 하킴이 함께 지냈던 실험실은 버려졌다.
카밀은 자신의 임무에 매진했다. 그녀는 칼로 된 다리와 갈고리가 달린 허리 등으로 신체를 계속 증강해 나갔다. 사람들은 카밀이 인간으로서 남은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했다. 페로스 가가 권력과 부를 축적할수록 카밀이 수행하는 임무도 더 어둡고 위험해졌다.
카밀은 마법공학 심장 덕분에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 스테반은 여전히 인간이었다. 그의 신체는 세월이 지날수록 약해졌지만, 가문에 대한 그의 지배력은 계속 유지되었다.
어느 날 카밀은 스테반이 자신에게 꾸민 짓을 알게 되었고, 그가 가문이 추구하는 바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서는 동생에게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카밀은 평소에 신애하던 종손녀를 새 가주로 임명한 후 가문의 공적인 일과 비밀 프로젝트를 동시에 도맡아 했다. 그녀는 어려운 문제의 해결사로서 인간을 초월한 자신의 '변신'과 이로 인해 얻게 된 날카로운 판단력을 자신의 모습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공학 심장 한편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울부짖으며 불길한 전조를 암시했다.
카밀은 이에 개의치 않고 바삐 움직이며 산업 첩보전과 잘 우려낸 차 한 잔, 잿빛 대기 속의 긴 산책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 스토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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